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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10 《스토리텔링 애니멀》 인간은 왜 그토록 이야기에 빠져드는가, 조너선 갓셜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건 정유정 소설가의 인터뷰에서다. 그녀의 소설 《밝은 밤》을 하루 만에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어릴 때부터 늘 소설가라는 존재가 궁금했다. 소설이란 결국 흰 종이 위에 글자를 채워 넣으며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일이 아닌가. 캐릭터의 이름, 입는 옷, 말투와 습관, 그의 역사, 그의 환경, 그의 과거까지 모든 것을 설계하고 조율해야 하는 사람. 그런 일을 매일같이 하는 소설가의 삶과 작업 방식은 어떤 모습인지 늘 궁금했다. 그래서 소설가의 삶과 그들의 작업방식을 미약하게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인터뷰 형식의 글도 좋아한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정유정 소설가의 인터뷰를 읽었는데, 그녀가 글쓰기에 참고하는 책 몇권을 추천했다. 그 목록 중 하나가 이 책이었다. 나는 곧 그 책.. 2025. 12. 17.
책리뷰 《걷기의 인문학》 가장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고 혁명적인 인간의 행위에 대하여, 리베카 솔닛 보행의 역사는 글로 쓰이지 않은 은밀한 역사다.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은 걷기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나 취미가 아니라,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고 사회를 조직해 온 방식 자체로 읽어내는 책입니다. 그녀의 시선은 언제나 몸에서 시작합니다. 저자는 보행의 역사가 대개 기록되지 않는 은밀한 역사라는 출발점에서, 도로와 도시, 계급과 성별, 종교적 수행과 정치적 행진까지 서로 다른 층위의 걷기를 한데 엮습니다.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걸음이 사실은 문화와 권력, 기억과 상상력을 동시에 작동시키는 행위입니다. 한 장소를 파악한다는 것은 그 장소에 기억과 연상이라는 보이지 않는 씨앗을 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걷기는 공간을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간에 서사를 덧붙이는 방식입니다. 차창 밖으로 스쳐 .. 2025. 12. 17.
책리뷰 《디지털 팩토리》,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 보이지 않는 노동, 모리츠 알텐리트 모리츠 알텐리트의 《디지털 팩토리》는 자동화와 알고리즘이 일자리를 없애고 인간을 대체한다는 익숙한 상식을 정면으로 뒤집는 책입니다. 우리가 인공지능과 플랫폼을 떠올릴 때 흔히 보는 이미지는 스스로 학습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기계, 버튼 하나로 움직이는 효율성, 그리고 인간적 노동에서 해방되는 미래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반대편을 보여줍니다. 디지털 자본주의에서 기술은 노동을 지워버리는 방식으로 작동하기보다, 노동을 더 잘게 쪼개고 더 멀리 흩어지게 만들며 더 보이지 않게 조직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공장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만 바뀌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눈에 보이는 굴뚝과 조립라인 대신 데이터와 플랫폼, 알고리즘과 평점, 하청 구조와 글로벌 노동시장이 새로운 공장의 골조가 됩.. 2025. 12. 16.
책리뷰 《박태웅의 AI강의 2025》, 박태웅 서점에 가면 AI에 관한 서적이 가득 차 있습니다. 매일 뉴스를 도배하고 관심 가는 주제이지만, 공급이 많아 어떤 것부터 선택해야 할지 모를 때 한 지인으로부터 이 책을 추천받았습니다. 책의 큰 줄기는 인공지능이 단지 새로운 도구가 아니라, 인간이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전환점이라는 관점을 제공합니다. 오랫동안 표준이었던 GUI 그래픽 유저 인터스페이스가 점차 중심에서 물러나고, 사용자의 의도와 상황을 읽어 대화로 일을 처리하는 맥락 인터페이스가 새로운 기본값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출발합니다. 화면을 누르고 메뉴를 탐색하는 방식보다, 무엇을 원하는지 말하면 시스템이 알아서 다음 행동을 이어가는 방식이 더 자연스러운 인터페이스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변화의 핵심 엔진으로 거대언어모델.. 2025. 12. 16.
책리뷰 《도덕적인 AI》, 월터 시넛암스트롱, 재나 셰익 보그, 빈센트 코니처 AI가 등장하면서 우리는 두 가지 미래를 동시에 상상하곤 합니다. 하나는 기술이 삶을 편리하게 만들고 고통을 줄여서 더 행복해지는 미래이고, 다른 하나는 통제 불가능한 시스템과 불평등이 강화되어 사회 밖으로 밀려나는, 불행이 더 커져버리고 마는 미래입니다. 때때로 통번역가로 일하는 저는 해가 다르게 일감이 줄어들고 있음을 체감합니다. 아직까지는 필요가 있으나 곧 대체될 것입니다. 하지만 직업은 사라져도, 통번역가가 가진 역량은 다른 직업의 형태로 쓰일 거라 예상합니다. 《도덕적인 AI》는 바로 이 갈림길에서,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AI가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도덕과 윤리의 언어로 정리해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 책의 핵심은 AI를 선하거나 악한 존재로 .. 2025. 12. 16.
책리뷰 《거인의 노트: 인생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김익한 이 책을 처음 만난 건 딱 1년 전, 작년 12월입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기록학자 김익한의 진짜 도움 되는 독서하는 방법´이란 영상을 보고, 그의 책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매년 12월은 새해를 더 잘 보내보고자 희망이나 기대, 더 나아질 방법을 떠올리며 지난 1 년을 돌아보는 시기입니다. 저 역시 지난 1년의 기록을 다시 펼쳐보던 중, 어딘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중요한 것은 기록을 남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시 꺼내어 읽고 되돌아보는 과정인데, 제 경우에는 기록 이후 다시 보는 시간, 그리고 피드백하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더 효율적이고, 더 근본적으로 삶을 기록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때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 2025.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