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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디지털 팩토리》,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 보이지 않는 노동, 모리츠 알텐리트

by 팍초이 2025. 12. 16.

《디지털 팩토리》 책 표지

 

모리츠 알텐리트의 《디지털 팩토리》는 자동화와 알고리즘이 일자리를 없애고 인간을 대체한다는 익숙한 상식을 정면으로 뒤집는 책입니다. 

 

우리가 인공지능과 플랫폼을 떠올릴 때 흔히 보는 이미지는 스스로 학습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기계, 버튼 하나로 움직이는 효율성, 그리고 인간적 노동에서 해방되는 미래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반대편을 보여줍니다. 디지털 자본주의에서 기술은 노동을 지워버리는 방식으로 작동하기보다, 노동을 더 잘게 쪼개고 더 멀리 흩어지게 만들며 더 보이지 않게 조직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공장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만 바뀌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눈에 보이는 굴뚝과 조립라인 대신 데이터와 플랫폼, 알고리즘과 평점, 하청 구조와 글로벌 노동시장이 새로운 공장의 골조가 됩니다.

 

인공지능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바로 수십만 명의 실제 인간 노동에 의해 그것이 구동된다는 점이다. 베네수엘라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부터 인도의 보수적인 지역에 사는 여성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사람들이 거리를 찍은 사진에서 자동차 주위에 상자를 그리고 이미지에 태그를 붙이며, 컴퓨터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필사하고, 문장의 정답을 고르고, 유해 콘텐츠를 분류하는 식의 작업을 반복한다.

겉으로는 최첨단 기술이 스스로 학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학습의 바닥에는 촘촘히 분절된 미세 과업들이 쌓여 있습니다. 클릭 몇 번이면 끝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작업들은 사실상 디지털 시대의 삯바느질처럼 조직됩니다. 단가는 낮고 시간은 촉박하며, 작업자는 서로를 보지 못한 채 각박한 환경에서 경쟁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이름 없는 데이터로 포장되어 기술의 성취로만 환원됩니다.

 

이 노동이 특히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과거의 공장처럼 한 물리적 공간에 모여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플랫폼은 일을 잘게 쪼개 전 세계로 흩뿌리고, 노동자는 얼굴과 이름 대신 계정과 아이디로 존재합니다. 회사는 직접 고용을 피하고, 다단계의 하청과 외주, 프리랜서 계약을 통해 책임을 분산시킵니다. 노동자는 어디에나 있지만 동시에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취급되어 버립니다. 이때 기술은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라 노동을 배치하는 장치가 됩니다. 누가 어떤 일을 얼마나 빨리 해야 하는지, 누가 어떤 기준으로 탈락하는지, 누가 어떤 단가를 받는지가 알고리즘과 평가 점수, 자동화된 규칙에 의해 감시되고 결정됩니다. 알텐리트가 말하는 디지털 팩토리란, 바로 이런 방식으로 노동을 통제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책임을 흐리는 생산 체제 자체를 가리킵니다.

 

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디지털 노동을 단순히 새로운 직업군의 등장이나 기묘한 부업의 확산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히려 산업시대의 생산 방식과 연결해, 오늘날의 디지털 노동이 얼마나 공장적 논리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산업시대의 테일러주의가 노동을 측정하고 표준화해 생산성을 끌어올렸다면, 디지털 시대의 알고리즘 관리는 클릭과 이동, 응답 속도, 정확도, 평점 같은 지표를 통해 노동을 측정하고 표준화한다. 컨베이어벨트가 노동자의 리듬을 강제했다면, 이제는 앱의 알림과 할당 시스템, 목표 수치와 페널티가 리듬을 강제한다. 노동자는 더 자유롭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세밀한 규율 아래 놓인다. 동시에 노동은 더 불안정해진다. 짧은 계약, 건별 과업, 언제든 끊길 수 있는 계정, 불투명한 기준이 일상화되며,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조건을 협상하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플랫폼의 노동력은 매우 이질적이며 대다수가 남성이지만, 거의 모든 플랫폼과 모든 국가에서 볼 수 있는 하나의 그룹은 크라우드워크와 무급 재생산 노동을 결합하는 여성이다.

 

디지털 자본주의의 중요한 특징은 공간의 재조직입니다. 이 책이 계속 강조하는 것은 기술이 세계를 납작하게 만들었다는 낙관이 아니라, 기술이 세계의 불평등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노동은 저임금 지역으로 이동하고, 어떤 노동은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로 밀려나며, 어떤 노동은 문화적 금기나 사회적 제약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부업이라는 이름으로 떠넘겨지고 맙니다. 그래서 디지털 노동은 단지 개별 노동자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분업과 계급 구조, 젠더와 이주, 도시에 집중된 소비와 외곽에 분산된 생산의 문제로 확장됩니다. 한쪽에서 매끄러운 서비스 경험이 제공될수록, 다른 쪽에서는 그 매끄러움을 떠받치기 위한 거친 노동이 필요해집니다. 사용자는 편리함을 소비하지만, 그 편리함을 만드는 과정은 지워집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인공지능과 자동화에 대한 질문이 달라질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시스템 안에 들어가고 어떤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시스템 밖으로 밀려나는가입니다. 자동화는 노동의 종말이 아니라 노동의 재배치입니다. 인공지능은 인간 없는 지능이 아니라, 특정한 인간 노동이 값싸게 조달되고 감춰질 때 가능한 산업적 형식입니다. 우리는 첨단 기술을 이야기할 때 자주 창의성과 혁신, 미래의 비전을 말하지만, 알텐리트는 그 비전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 가능성의 비용을 누가 치르는지, 그 비용이 왜 보이지 않게 되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디지털 팩토리는 기술을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술을 둘러싼 노동의 현실을 보려고 합니다.

 

공장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공장은 화면 속으로, 앱 속으로, 데이터의 흐름 속으로 빠르게 들어갔습니다. 우리는 자동이라고 부르는 시스템이 실제로는 누군가의 시간을 아주 싸게 사들이는 방식으로 자동화의 외형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노동이 보이지 않게 조직되는 한, 기술의 발전은 해방이 아니라 새로운 종속의 형태일 것입니다. 디지털 팩토리는 바로 그 지점을 집요하게 따라가며,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의 보이지 않는 노동을 조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