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처음 만난 건 딱 1년 전, 작년 12월입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기록학자 김익한의 진짜 도움 되는 독서하는 방법´이란 영상을 보고, 그의 책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매년 12월은 새해를 더 잘 보내보고자 희망이나 기대, 더 나아질 방법을 떠올리며 지난 1 년을 돌아보는 시기입니다. 저 역시 지난 1년의 기록을 다시 펼쳐보던 중, 어딘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중요한 것은 기록을 남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시 꺼내어 읽고 되돌아보는 과정인데, 제 경우에는 기록 이후 다시 보는 시간, 그리고 피드백하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더 효율적이고, 더 근본적으로 삶을 기록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때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지난 1년의 시간과 기록을 돌아보며 저는 기록의 형태가 앞으로의 시간을 위해 존재하는 방향으로 나아졌음을 느낍니다. 저는 노션에서 PARA 방식으로 노트를 작성하고 있는데, 이는 김익한 님의 아이디어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지금은 나만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중입니다. 또한 기록을 통해 하루가 일주일과 한 달, 분기 단위로 자연스럽게 확장되었고, 그 흐름 속에서 지나간 시간을 늘 피드백하며 1년을 보다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계획´이고, 다른 하나는 ´미친 지속성´이다.
저자 김익한은 국내 1호이자 최고의 기록학자로, 25년동안 기록에 매진하여 현 국가기록관리 제도의 틀을 만든 사람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책에서 의식적 연습을 강조하는데요. 의식적 연습은 의미 없이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동작 하나하나를 의식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개선해 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전체 과정을 부분으로 나누고, 그중에서 자신의 약점을 찾아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 가지 운동을 꾸준히 해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것과, 힘을 줘야 하는 부분에만 정확히 힘을 주며 움직이는 것은 결과에서 큰 차이를 만듭니다. 개선에는 늘 의식이 따라붙어야 합니다.
메모 - 기록의 반복 - 습관 - 시스템
기록을 지속하면 이 일련의 과정이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습니다. 저자는 습관은 인생의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작은 시간 단위가 모여 하루를 구성하고, 그 하루들이 쌓여 인생 전체를 운용하는 시스템이 되게 한다는 뜻입니다. 책 전반에서 그는 반복을 특히 강조합니다. 처음 메모한 것은 진짜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다음 날 다시 생각해 보고 또 메모하기를 일주일간 반복해 보라고 말합니다. 저도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실천해봤습니다.
책에서 그는 기록의 두 가지 효능을 언급합니다.
-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
- 내 안에 있는 것을 끄집어낼 수 있다
결국 세상과 나의 모든 상호작용을 탐구할 수 있다는 의미로 느껴집니다.
우리 인생의 선택은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일 때가 많다. 인생을 뒤덮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후회 없는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선택지를 객관식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는 분류의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하루에 스치는 수많은 생각을 기록하고, 나열하고, 그 조각들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고민과 감정, 생각이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그렇게 보이기 시작할 때,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또한 이전보다 분명해집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눈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내 하루의 모양을 기록하고, 생각의 결을 손으로 기록할 때 삶에 대한 이미지가 분명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기록을 습관이 아니라 실제로 굴러가는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한 다이어리 작성법을 구체적으로 제안합니다. 저자가 선택한 방식은 월간 다이어리입니다. 매달 200쪽이 넘는 노트를 한 권씩 채우는 식으로 기록을 이어간다고 합니다. 한 달 동안 빼곡히 써 내려간 노트를 덮는 순간, 그 자체가 큰 성취감이 되고, 이 성취감을 12번 반복하면 어느새 성실한 1년이 만들어진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그는 월간으로 쓰되 목표는 주간으로 설정하라고 강조합니다. 목표와 전략이 너무 멀리 있으면 ‘언젠가’로 미뤄지기 쉽고, 결국 포기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 달은 기록의 단위로는 충분히 길지만, 실행을 관리하기엔 다소 멀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주간 목표를 세우고, 월간 기록 속에서 그 주간의 흐름을 점검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조언이었습니다.
저도 구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구조가 있으면 그 안에서 움직임이 단순해지고, 오히려 더 자유로워집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할 때에도 구조는 방향을 잡아주고, 기록을 ‘남기는 일’에서 ‘돌아보는 일’로 자연스럽게 연결해 줍니다.
이번에 책을 다시 복습하며, 내년에는 기록을 더 단단한 형태로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