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철학4

책 리뷰 27 《Black Skin, White Mask 검은 피부, 하얀 마스크》, 프란츠 파농, 철학, 흑인 철학 As long as the black man remains on his home territory, except for pretty internal quarrels, he will not have to experience his being for others. There is in fact a being for other, as described by Hegel, but any ontology is made impossible in a colonized and acculturated society. 흑인이 자신의 고향 땅에 머무르는 한, 사소한 내부적 다툼을 제외하면, 그는 타인을 위한 존재로서의 자기 존재를 경험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헤겔이 말한 것처럼 타인을 위한 존재가 존재하지만, 식민화되고 동화.. 2025. 12. 24.
책 리뷰 26 《숲은 생각한다》, 숲의 눈으로 인간을 보다, 에두아르도 콘, 철학, 인류학 우리 인간이 창조한 세계이자 특유의 의미들로 가득하고 도덕으로 넘쳐나는 세계(이 우주에서 우리만은 예외라고 느끼게 만드는 독특한 세계)에 관한 민족지적 기록 작성에 능통한 우리들?은 이처럼 낯설고 인간적이지 않은 창조물을 그러나 동시에 너무 인간적인 창조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숲은 생각한다》는 이상한 책이다. 숲이 생각한다는 명제를, 숲이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가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명제로 되돌려놓기 때문이다. 기이한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숲이 생각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숲이 생각한다는 사실의 산물이라는 것. 사고가 인간의 특권이라는 오래된 습관이 잠깐 흔들리고, 흔들린 틈으로 숲이 들어온다. 나는 이 책을, 숲의 눈으로 인간을 보게 만드는 민족지로 읽었다. 그런데 그 민족.. 2025. 12. 23.
책 리뷰 21 《Kritik der schwarzen Vernunft》(흑인 이성에 대한 비판), 아킬레 음벰베, 흑인철학 지난 포스트에서 언급했듯, 내가 이 철학자를 처음 접한 것은 약 5년 전, 학교 세미나에서였다. 서양 철학자들로 빼곡하던 세미나 목록 속에서 ‘흑인 철학’을 전면에 내세운 수업은 처음이었고, 세미나의 제목은 아킬레 음벰베의 《Kritik der schwarzen Vernunft》읽기였다. ‘흑인 이성에 대한 비판’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무엇을 전복하려는 선언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매주 한 챕터씩 책을 읽으며 한 학기를 보냈다. 이 시간이 유난히 선명하게 남아 있는 이유는, 그때가 바로 코로나 시기였기 때문이다. 강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번갈아가며 진행되었고, 대면 수업이 있는 날이면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음벰베의 문장을 붙잡고 토론을 이어갔다. 원래도 쉽지 않은 독일어 텍스트였는데, 마스크로 오가는 .. 2025. 12. 22.
책리뷰 《걷기의 인문학》 가장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고 혁명적인 인간의 행위에 대하여, 리베카 솔닛 보행의 역사는 글로 쓰이지 않은 은밀한 역사다.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은 걷기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나 취미가 아니라,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고 사회를 조직해 온 방식 자체로 읽어내는 책입니다. 그녀의 시선은 언제나 몸에서 시작합니다. 저자는 보행의 역사가 대개 기록되지 않는 은밀한 역사라는 출발점에서, 도로와 도시, 계급과 성별, 종교적 수행과 정치적 행진까지 서로 다른 층위의 걷기를 한데 엮습니다.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걸음이 사실은 문화와 권력, 기억과 상상력을 동시에 작동시키는 행위입니다. 한 장소를 파악한다는 것은 그 장소에 기억과 연상이라는 보이지 않는 씨앗을 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걷기는 공간을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간에 서사를 덧붙이는 방식입니다. 차창 밖으로 스쳐 .. 2025.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