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5 책리뷰 11 《세계를 재다》 다니엘 켈만 다니엘 켈만(Daniel Kehlmann)은 독일어권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동시대 소설가 중 한 명으로, 역사적 인물과 지적 담론을 대중적인 서사 감각으로 엮어내는 데 강점이 있는 작가다. 그의 대표작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작품이 바로 《세계를 재다》와 《명예》다. 독일 팟캐스트 중에 《Alles Gesagt?》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다니엘 켈만이 출연한 적 있다. 이동하던 중에 우연히 팟캐스트를 켰는데, 다니엘 켈만 에피소드여서 반갑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Alles Gesagt?》는 독일 주간지 Die Zeit 에서 만드는 장시간 인터뷰 팟캐스트다. 크리스토프 아멘트와 요한 베그너 두 사람이 진행하며, 매회 한 명의 게스트를 초대해 삶, 일, 취향, 생각을 깊게 파고든다. 이 팟캐스트의 가장 큰.. 2025. 12. 17. 책리뷰 《걷기의 인문학》 가장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고 혁명적인 인간의 행위에 대하여, 리베카 솔닛 보행의 역사는 글로 쓰이지 않은 은밀한 역사다.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은 걷기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나 취미가 아니라,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고 사회를 조직해 온 방식 자체로 읽어내는 책입니다. 그녀의 시선은 언제나 몸에서 시작합니다. 저자는 보행의 역사가 대개 기록되지 않는 은밀한 역사라는 출발점에서, 도로와 도시, 계급과 성별, 종교적 수행과 정치적 행진까지 서로 다른 층위의 걷기를 한데 엮습니다.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걸음이 사실은 문화와 권력, 기억과 상상력을 동시에 작동시키는 행위입니다. 한 장소를 파악한다는 것은 그 장소에 기억과 연상이라는 보이지 않는 씨앗을 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걷기는 공간을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간에 서사를 덧붙이는 방식입니다. 차창 밖으로 스쳐 .. 2025. 12. 17. 책리뷰 《박태웅의 AI강의 2025》, 박태웅 서점에 가면 AI에 관한 서적이 가득 차 있습니다. 매일 뉴스를 도배하고 관심 가는 주제이지만, 공급이 많아 어떤 것부터 선택해야 할지 모를 때 한 지인으로부터 이 책을 추천받았습니다. 책의 큰 줄기는 인공지능이 단지 새로운 도구가 아니라, 인간이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전환점이라는 관점을 제공합니다. 오랫동안 표준이었던 GUI 그래픽 유저 인터스페이스가 점차 중심에서 물러나고, 사용자의 의도와 상황을 읽어 대화로 일을 처리하는 맥락 인터페이스가 새로운 기본값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출발합니다. 화면을 누르고 메뉴를 탐색하는 방식보다, 무엇을 원하는지 말하면 시스템이 알아서 다음 행동을 이어가는 방식이 더 자연스러운 인터페이스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변화의 핵심 엔진으로 거대언어모델.. 2025. 12. 16. 책리뷰 《불쉿잡》 우리가 정말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데이비드 그레이버 우리가 정말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첫 포스팅에서 다뤘던 《모든 것의 새벽: 인류의 새로운 역사》의 저자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쓴 책입니다. 그때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책을 처음 읽고, 그의 지난 행적을 한창 쫓아다니다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목부터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저는 독일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읽고 싶은 한국책은 대부분 아이패드 이북으로 읽습니다. 원문을 읽을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배로 오래걸리기 때문에 번역문을 구할 수 있다면 한국어로 읽기를 선호합니다. 아이패드를 쓰기 전에는 크레마 이북 리더기를 꽤 오랜기간 동안 썼는데, 반응 속도가 너무 느려서 언젠가 답답하더라고요. 이북으로 읽고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은 후에 구매하기도 합니다. 정말 읽고 싶은 책인데 이북이 없는 경.. 2025. 12. 15. 책리뷰 《모든 것의 새벽: 인류의 새로운 역사》 핵심 가치, 독창성과 한계, 인간 본성과 사회 구조에 대한 재정의, 총평 저는 이 책을 2025년 2월 처음 읽기 시작하여 약 3개월 만에 완독했습니다. 주석까지 포함하면 약 7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인데다가 역사, 철학, 인류학, 사회학, 고고학 등의 정보가 혼합되어 그 밀도가 높습니다. 인류학계에서 꽤 큰 반향을 일으켰고, 수업 중에 여러번 언급된 적이 있어 마침내 읽게 되었습니다. 무정부주의자인 저자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월가를 점거하라" 운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는 제국주의의 산실인 인류학을 자본주의 비판 대안학문으로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 인물에 대한 호기심 이 책을 읽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그는 2020년 9월 59세 나이로 별세했습니다.핵심 가치《모든 것의 새벽: 인류의 새로운 역사》은 단순히 과거를 설명.. 2025. 12.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