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책2 책 리뷰 33 《라스코 혹은 예술의 탄생 / 마네》, 조르주 바타유, 철학 세계의 발전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결정적 사건이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도구(혹은 노동)의 탄생이고, 다른 하나는 예술(혹은 놀이)의 탄생이다. 예전에 프랑스 남부를 여행한 적이 있다. 라스코 동굴이 발굴된 이후 주변 지역에서 하나둘씩 동굴벽화들이 발견되어 한 일대에 작고 큰 여러 동굴들이 밀집되어 있다. 20만년 전의 그림을, 어떤 흔적을 본다는 것 평생에 잊지 못할 감각, 기억이 되었다. 매일의 삶을 자각없이 살아내던 내게 그 경험은 인류란 무엇인지, 나는 인류의 역사에 어디에 서있는지 잠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교과서에서 보던 것과는 정말 달랐다. 시원하게 그려진 선들이나 동물의 형태들이 우리가 믿고 있는 현대인에 대한 찬양을 금방 부숴버린 느낌이었다. 인류는 왜 캄캄한 동굴에서, 식.. 2025. 12. 28. 책 리뷰 21 《Kritik der schwarzen Vernunft》(흑인 이성에 대한 비판), 아킬레 음벰베, 흑인철학 지난 포스트에서 언급했듯, 내가 이 철학자를 처음 접한 것은 약 5년 전, 학교 세미나에서였다. 서양 철학자들로 빼곡하던 세미나 목록 속에서 ‘흑인 철학’을 전면에 내세운 수업은 처음이었고, 세미나의 제목은 아킬레 음벰베의 《Kritik der schwarzen Vernunft》읽기였다. ‘흑인 이성에 대한 비판’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무엇을 전복하려는 선언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매주 한 챕터씩 책을 읽으며 한 학기를 보냈다. 이 시간이 유난히 선명하게 남아 있는 이유는, 그때가 바로 코로나 시기였기 때문이다. 강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번갈아가며 진행되었고, 대면 수업이 있는 날이면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음벰베의 문장을 붙잡고 토론을 이어갔다. 원래도 쉽지 않은 독일어 텍스트였는데, 마스크로 오가는 .. 2025. 12. 2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