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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서2

책 리뷰 30 《불순한 언어가 아름답다: 고종석의 언어학 강의》, 고종석, 언어학, 인문서 세계는 연속적이지만, 언어는 불연속적이다.고종석의 《불순한 언어가 아름답다》는 언어학 “강의”라는 형식을 빌리지만, 사실은 언어를 통해 세계를 보는 방식 자체를 흔드는 책이다. 세계는 연속적이지만 언어는 불연속적이다. 세계는 끊김 없이 이어져 있는데, 우리는 말로 그것을 자른다. 이름을 붙이는 순간 사물은 경계를 얻고, 경계를 얻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이것’과 ‘저것’으로 분단한다. 우리가 자연을 객관적으로 “본다”는 믿음은, 사실 모국어가 지령하는 대로 세계를 나누는 습관에 더 가깝다. 언어는 현실의 거울이 아니라 현실을 분할하는 칼날이다. 그러니 언어를 바꾸면 세계의 윤곽도 바뀐다. 이 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언어의 분할이 추상적인 분류학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말의 경계는 곧 인간을 분류하.. 2025. 12. 25.
책리뷰 《걷기의 인문학》 가장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고 혁명적인 인간의 행위에 대하여, 리베카 솔닛 보행의 역사는 글로 쓰이지 않은 은밀한 역사다.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은 걷기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나 취미가 아니라,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고 사회를 조직해 온 방식 자체로 읽어내는 책입니다. 그녀의 시선은 언제나 몸에서 시작합니다. 저자는 보행의 역사가 대개 기록되지 않는 은밀한 역사라는 출발점에서, 도로와 도시, 계급과 성별, 종교적 수행과 정치적 행진까지 서로 다른 층위의 걷기를 한데 엮습니다.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걸음이 사실은 문화와 권력, 기억과 상상력을 동시에 작동시키는 행위입니다. 한 장소를 파악한다는 것은 그 장소에 기억과 연상이라는 보이지 않는 씨앗을 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걷기는 공간을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간에 서사를 덧붙이는 방식입니다. 차창 밖으로 스쳐 .. 2025.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