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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수2

책 리뷰 29 《애호가들》, 정영수, 한국소설, 단편소설 시간을 흘려보내면 미래가 아니라 과거가 온다는 말은 모순 같지만 사실이다. 원래 모든 미래는 과거를 품고 있는 법이니까. 정영수의 애호가들은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읽고 나면 이상하게도 “여덟 편을 읽었다”기보다 “하나의 사유를 여덟 번 다른 각도로 비춰본 것 같다”는 감각이 남는다. 각 편의 사건은 서로 다르고 인물도 다르지만, 반복해서 돌아오는 질문들이 있다. 우리가 무엇을 애호하는지, 애호한다는 말이 얼마나 쉽게 취향의 깃발이 되면서 동시에 얼마나 자주 생의 공포를 가리는 천이 되는지. 그리고 변해야 하는 것들은 결국 변한다는, 어쩐지 너무 단순해서 더 무서운 사실. 오로지 작품 그 자체만이 스스로 고유하게 존재한다는 생각, 그래서 어떤 언어로 되어 있든 각 문장이 가리키는 의미는 하나일.. 2025. 12. 25.
책리뷰 14 《내일의 연인들》 정영수, 한국소설 매해 여름이란, 이런 아름다운 계절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이 지속될 여름이란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아득하고 눈부신 말이었다. 정영수의 내일의 연인들은 사랑을 찬미하거나 연애의 서사를 극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사랑이라는 말과 사랑이 지나간 뒤에 남는 시간의 감각을 집요하게 더듬는 소설이다. 사랑은 본래 의미를 품은 신성한 무엇이 아니라, 때로는 그저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물질감 있는 단어처럼 느껴진다. “질량이 있고 푹신거리는 단어”라는 표현은, 사랑이 언제든 낭만의 의미를 잃고 언어로만 남을 수 있다는 냉정함을 품는다. 동시에 그 문장은 역설적으로, 아무 의미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단어가 오히려 피부에 닿는 촉감처럼 남아 사람을 붙잡는다는 사실까지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 사.. 2025.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