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31 《공간의 종류들》, 조르주 페렉, 에세이, 하이브리드에세이
이런 장소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곳들이 존재하지 않기에, 공간은 질문이 되고, 더는 명백한 것이 못 되며, 더는 통합되지 않고, 더는 길들여지지 않는다. 공간은 하나의 의심이다. 나는 끊임없이 그곳을 기록해야 하고 가리켜야 한다. 공간은 결코 내 것이 아니며, 한 번도 내게 주어진 적이 없지만, 나는 그 곳을 정복해야만 한다. 이 책의 장르 감각을 딱 한 단어로 고정하기는 어렵다. 프랑스에서도 이 작품은 단순한 에세이로만 분류되기보다는, 사유의 밀도와 문장의 리듬 때문에 철학적 에세이와 시적 산문(혹은 시) 사이에 놓인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설명되곤 한다. 그래서 읽는 내내 논리적으로 따라가다가도 어느 순간 문장이 감각의 기록처럼 변하고, 설명의 문장과 이미지의 문장이 서로를 밀어내며 공존한다..
2025. 12. 26.